심야괴담회 옥반지 (신내림), 투고자가 10년 전 PC방에서 어떤 남자에게 번호를 따인 뒤 인연이 되어서 썸을 타다가 그 남자에게 옥반지를 선물받고 이상한 일을 겪었다는 이야기다.
심야괴담회 옥반지 (신내림)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당시 22살이던 내가 푹 빠져 있던 게 있었다.
그건 바로 액션 게임이었다.
PC방에서 한참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데 누군가 계속해서 톡톡하고 어깨를 두드리길래 인상을 잔든 쓴 채 돌아봤다.
눈앞의 남자를 본 순간 짜증이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딱 벌어진 어깨와 두툼한 팔뚝까지 선 굵은 이목구비에 완전히 내 스타일에 남자가 서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전화기를 잃어버렸다며 대뜸 전화기를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그 핑계로 내 번호를 물어보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자리에 있던 친구가 신이 나서 놀려 대는데 막 설레기도 하고 부끄러기도 하고 그냥 수줍게 휴대폰만 쓱 내밀었다
그러자 그 남자는 본인 번호를 남긴 뒤 연락을 하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그 남자와 인연을 시작되었다.
나보다 두 살 연상인 그 남자의 이름은 강동석이었다.
벌써 부터 신혼 집과 자녀 계획을 다 세울 정도로 푹 빠져 있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오빠와 썸을 타던 어느 날이었다.
나란히 길을 걷는데 오빠가 자꾸 힐끗 거리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쉬움을 안고 집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내 팔을 잡고 말했다.
오빠: 사실 나 어렸을 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머니랑 둘이 살았거든. 그러다 어머니가 신내림을 받고 무속인이 되셨어! 니가 알아야 할것 같았어...
이윽고 오빠는 덜덜 떨며 고백을 했는데 뭔가 찡하기도 하고 감동스러웠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는데 반지 케이스였다.
하지만 반지를 보자 당혹스러웠다.
초록색의 옥반지였는데 아버지 유품이라고 말하길래 부담스러워서 안 받겠다고 돌려주려고 하자 오빠의 태도가 너무나 완강했다.
"이거 안 받으면 오빠 집에 안 들어간다"
엉겁결에 반지를 받았지만 찜찜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그래서 어느 날, 반지를 돌려주려고 연락을 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만남을 피하기 시작했다.
어떤 날엔 야근을 한다고 또 어떤 날은 설사병을 핑계로 심지어 주말에는 자기네 회사 부장님의 외삼촌이 돌아가셔서
조문을 가야한다는 등 계속 만남을 피했다.
나중에는 전화까지 받지 않았다.
그때부터 계속 신경을 쓴 탓인지 머리가 깨질 듯 너무 어지러웠다. 그리고 씻으려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갑자기 눈 앞이 캄캄해지더니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누구십니까, 당신은 누구십니까" 라고...
깨질 듯한 두통에 정신을 차려 보니 뭔가에 홀린 듯 나도 모르게 내뱉은 소리에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렇게 자주 정신을 잃거나 기억이 끊어졌다.
남동생과 치킨을 함께 먹던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또 눈앞이 흐릿해지더니
"어딜 감히! 물귀신이 내 동생을 넘봐!!"라고 또 이상한 말을 내뱉었다.
나: 잠깐만... 동민아 내가 뭐라 그랬어?
동민: 갑자기 물귀신이 어쩌고 소리 질렀잖아, 근데 어떻게 알았어? 나 어제 수영장 갔다가 사고날 뻔했었는데...
내가 다른 사람이 된것 같았던 그 짧은 순간에 동생에게 일어난 일을 쪽집게 처럼 맞혀던 것이다.
그런데 동생이 나를 보면서
"누나 눈이 왜 이래 언제부터 이랬어?' 라고 심각하게 물었다.
의아해하면서 거울을 확인한 나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거울 속 내 두 눈동자가 희뿌옇게 변해 있었다.
다행히 원래대로 눈동자가 돌아왔지만 정신을 잃을 때마다 다시 뿌옇게 변했다.
갑작스러운 기이한 상황에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했고 매일 밤 그렇게 눈물로 지새우다가 충동적으로 오빠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문자를 봤는지 오빠가 새벽에 집 앞으로 달려왔다.
반가움과 감동을 받은 것도 잠시였다.
오빠: 뭐야... 생각보다 멀쩡하네?
나: 뭐? 오빠 지금 뭐라고 했어?
오빠: 이것보다는 더 나빠졌을 줄 알았는데..
이해할 수 없는 오빠의 태도였다.
그래서 나는 "오빠, 나 이딴 거 필요 없으니까 오빠나 가져"라고 옥반지를 내동댕이 쳤다
그러자,
"야, 이 반지 네 거라고 했잖아, 이 반지 돌려주고 다신 나 안 볼 생각이었어? 반지를 잘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돌려줘.
라고 말하면서 강제로 손에 옥반지를 끼웠다.
그리고 방에 들어와 반지를 뺀 채 잠에 들었다.
그런데 잠시후에 둥둥둥둥둥 하고 어디에선가 북소리가 들려와 눈이 떠졌는데 난생 처음 보는 다른 장소로 와있었다.
분명히 나는 내 방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눈앞에 보인건 커다란 제사상과 오색천이 보였다.
그리고 나는 굿판 한 가운데서 한복을 켜켜이 입은 채 서 있었다.
마치 무당 같은 내 모습이었다.
괴기한 현상에 무서워서 한시라도 빨리 그곳을 도망치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발이 막 움직이더니 날이 서 있는 작두 위로 걸어가고 있었다.
안간힘을 쓰며 벗어나려고 애쓰던 그 순간에 누군가 내 앞에 나타났다.
드르륵... 드르륵... 칼을 끌며 누군가 다가왔는데 나와 같이 무당 옷을 입은 어떤 여자였다.
점점 다가오더니 그 칼을 번쩍 높이 치켜세더니
"누구십니까, 누구십니까"라고 소리를 질렀다.
나: 당신이야말로 누군데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무섭고 억울해서 나는 미친 사람처럼 소리치며 울부짖었다.
그러다가 그 여자의 손에서 익숙한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건 바로 옥반지였다.
애써 부정하며 내 소매를 걷어내자 손에는 똑같은 옥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남자친구가 억지로 준 그 반지였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깨닫았다.
이 소름 돋는 일들의 원인이 다 이 반지때문이다 하고...
공포에 질린 나는 옥반지를 손에서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반지는 빠지질 않았다.
손을 억지로 비틀어 가며 안간힘을 쓰던 그 순간 엄마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환한 낮이었다.
엄마한테 이 모든일을 털어놓자 옆에 있던 옥반지를 창밖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그 이후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 동석 오빠의 소름 돋는 문자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너 내가 준 옥반지 버렸지?
나한테 허락도 안 맞고 버려?
동글아.. 오빠 지금 너희 집 앞인데 잠깐만 나올래?
오빠가 잠깐 미쳤었나봐 그깟 반지 이제 신경쓰지마. 대신에 오빠랑 우리 엄마 만나보지 않을래? 딱 한번이면 돼!
그리고 주소를 알려주었는데 그곳은 다름아닌 점집이었다.
이후 전화번호, 집 주소도 모두 바꾸어 버리고 이사도 가야만 했다.
모든 것이 설레기만 했던 나이에 운명처럼 불쑥 찾아왔던 남자,
하지만 그와의 만남의 나에게 상처만 남기고 끝이 났다.
만약, 그 반지를 버리지 않았더라면 지금 나는 무당이 되었을까?
2ch 괴담 산에 있는 물건은 가지고 돌아가서는 안 된다